[짧은 화학 - 화학1] 화학1의 표본이 높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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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화학 - 화학1] 화학1의 표본이 높은 이유
부제 : 화학1 과목 특성에 관한 교육학적인 접근
안녕하세요! 오늘은 조금 원론적인 얘기를 해보려고합니다.
오늘 얘기는 상위권 학생분들이 많은 이 커뮤니티 여러분들이 공감하기 어려운 내용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오늘 할 얘기는 여러가지 배경에 의해 현행 고교화학 교육과정에 왔고, 이 때문에 결과적으로 요런 결과가 됐다는, 제 짧은 의견입니다.
"화학1의 표본이 너무 높다." 라는 얘기는 우리가 흔히 들을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화학1의 교육과정 구성상 그럴 수 밖에 없다'라고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먼저 말씀드리자면
이유는 화학1의 내용이 너무 어렵다는 것입니다.
: 내용이 많다는게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고교 교과내용을 너무 줄여선 안된다는 주의입니다. (오해금지)
다만 교육과정 구성상 일반적인 학생들이 따라가기가 어렵다는게 문제입니다.
여러 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는데요.
1. (교육내용 관점) 단원의 내용 구성
2. (학습자, 교수방법 관점) 일반적인 화학학습 가정
3. (평가 관점) 입시를 위한 평가에 의한 1, 2번 특성의 극대화
요 세가지 관점을 종합적으로 내용을 한번 써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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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화학1은 선택자수가 굉장히 많은 과목이었습니다.
07개정까지(~13수능)는요.
선택자수가 60퍼센트가 넘었습니다. 선택과목이 지금보다 많았다는 걸 고려해도 높은 수치입니다.)
그런데 09개정에 오면서(14수능~20수능) 달라졌습니다.
14년은 전 교육과정의 관성때문에 선택자수가 많았다지만
15년부터 슬슬 시동걸더니 17년도에는 급기야 비인기과목이던 지구과학에까지 밀리고 맙니다.
이는 15개정에(21수능~) 오면서 계속 이어지고 있죠.
이는 기본적으로 학생들의 선호도가 감소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왤까요? 내용적인 특징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원자는 눈에 안보입니다.
눈에 안보이는 내용을 다루는 건 기본적으로 친숙하지 않기에 쉽게 받아들이기가 어려워요.
근데 1단원부터 원자의 개수를 얘기하면서 몰수라는 단위를 도입합니다.
농도도 나와요!
교육과정을 짜는 사람 입장에서는
화학의 언어(09개정 1단원명)와 화학의 첫걸음(15개정 1단원명)에 걸맞는 기본 내용이겠지만,
학생 입장에서는 기본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친숙하지 않은 내용입니다.
근데 가뜩이나 친숙하지 않은 내용을 다루는데 나오는게 뭡니까?
몰수-질량-분자량과의 관계, 기체 몰수-부피의 관계, 밀도-질량-부피의 관계,
몰농도-몰수-부피의 관계
굉장히 다양한 변인들에 대한 조작을 다루고 있습니다.
교육학적으로 다변인의 조작은 인간의 지적기능 중에서도 상당히 높은 수준에 들어갑니다.
즉, 내용도 낯선데, 사용하는 논리기능도 굉장히 수준이 높습니다.
선호도가 높은 생명과학의 경우, 내용도 친숙하며, 기능 상에서도 조합논리를 사용하는 단원(유전 등)은 있지만
이정도로 심한 다변인 조작은 없습니다.
아무리 화학에 있어서 몰수 농도가 정말 기본적인 하꼬 내용이라도 그건 공부를 해본 사람 입장이고,
안 해본 학생 입장에서 책을 딱 폈는데 제일 앞에있는 내용이 이러면 하기가 싫죠.
그러고 나오는 내용이 뭡니까?
2단원입니다.
양자수, 유효 핵전하, 원자 반지름, 이온 반지름, 이온화에너지.. 와닿지도 않습니다.
09개정에는 한술더떠 전자 친화도, 전기음성도도 있었습니다.
(15개정에서는 전기음성도가 있긴 하지만 주기성이 아니라 화학결합의 극성을 다루는 도구적인 수준에서 그칩니다.)
유효 핵전하 내용은 설명할때 계속 정전기적 인력/반발력이라는 전기적 요인으로 설명하구요..
이후 반지름과 이온화에너지는 유효 핵전하의 개념으로 설명..
마찬가지로 추상적인 변인 간의 관계죠..
그리고 3단원 화학구조도 전자의 전기적인 성질로 VSEPR을 설명합니다.
그나마 4단원 내용이 통합과학과 연계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4단원이 분명 더 어려운 내용인데, 개념 수업 만큼은 아이들이 1, 2단원을 더 어려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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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선택자수가 많던 07개정의 내용을 봅시다.
화1
1. 물
2. 공기
3. 금속과 그 이용
4. 주변의 탄소 화합물
5. 생활 속의 화합물
전부 친숙한 내용을 기반으로 합니다.
수준이 너무 낮지 않나요?
지금 보면 그렇죠. 기술가정이라는 말도 있었으니까요.
그래도
화2
1. 물질의 과학
: 원자, 분자, 이온, 화학식, 원자량, 분자량, 몰, 화학 반응식
2. 원자구조와 주기율
: 원자의 구성, 원자 모형과 전자 배치, 주기율과 주기율표, 원소의 주기적 성질, 알칼리족 원소, 할로겐, 전이 원소
3. 화학 결합과 화합물
이온 결합, 공유 결합, 금속 결합, 결합의 극성, 분자의 모양, 탄소 화합물
4. 물질의 상태와 용액
: 기체 상태 방정식, 기체의 확산, 혼합 기체의 압력, 액체와 고체, 용액
5. 화학 반응
:반응열, 반응 속도, 화학 평형, 산과 염기, 중화 적정과 pH, 염, 산화수, 화학 전지, 전기 분해
내용이 진짜 많죠? 지금의 화1 + 화2 + 유기화합물과 간단한 유기반응까지 있었습니다.
그래도 당시에는 선택과목 4과목 3과목 시절이었기때문에 지금처럼 과목을 아예 공부하지 않는 학생들도 거의 없었으며 난이도가 높지 않았습니다. 학습부담도 적었구요. 때문에 가능했죠.
사실상 이런 식의 교육과정 편재는 이제는 더이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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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수능 2과목 선택으로 변화하고 여러 가지 상황들을 고려하여, 화학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내용들이 화1으로 대거 내려오게 됩니다.
그럼에도 내용과 관련해서 학생의 입장을 고려하지 못했다는건 아쉽죠.
친숙하지 않은 내용 + 학생이 과목에 유용함을 느낄만한 요소 X
: 1단원 탄소화합물 몇개 나오는게 끝이죠. 그러고 바로 화학양론..
이와 비슷한 문제를 평생동안 겪어왔던 물리 과목의 경우 09개정에서 상당히 실생활과 관련된 내용들을 의도적으로 많이 넣어둔 걸 볼 수가 있죠. 물론 대차게 욕먹고 15개정부터 통합과학으로 빠졌긴 하지만.
이 때문에 발생한 문제
1. 학교교사 입장에서 가르치기가 어렵다.
: 내용자체가 학생에게 친숙하지 않고 어렵기 때문에, 흥미있게 가르치는 것 자체가 어렵습니다.
특히 학생이 처음 맞이하는 양론 등의 계산은 기본적이나, 학생마다 계산이 익숙해지는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지루하고, 근데 동시에 누군가에는 너무 어려운 수업이 될 수 있죠,
특히 화학에서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실험이 제대로 진행되기 어려운 교육환경이라서 이 문제가 더 커짐
(전 교육과정에서는 최소한 교육내용만이라도 실생활과 연계되어, 여러 비유나 예시를 활용할 수 있었음)
이때문에 2. 학교 교육의 질 자체가 낮아진다.
: 내용이 어렵고 학생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우니 교사는 수행목표를 낮게 잡을 수 밖에 없습니다.
공교육의 목표는 수능을 잘보는게 아니라, 수업에서 최대한 많은 학생이 교육목표를 달성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교사도 학교 교육만으로 수능커버 할 수 있게끔 가르치고 싶죠. 근데 그게 안됩니다.
학군이 센 편이라면 상관 없겠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1단원으로 예를 들어볼게요. 일단 몰수 나오자마자 애들 허덕입니다. 농도는 당장 수능 문제를 떠나서 화학식량 40인 물질 2g이 1L에 녹아 있는 수용액의 농도 계산도 어려워합니다.
이때문에 3. 학교 교육과 입시의 격차가 커진다.
: 내용이 어렵기 때문에 수능으로 하위권의 유입이 적어지게 됩니다. 하위권이 받쳐주질 않으니 평균이 올라가요. 근데 평가원의 입장에서는 평균, 표준편차, 상위권 변별이 중요한데 평균이 높아지니, 자연스레 준킬러의 강화가 이루어지고, 상위권 자체가 유입의 전부다보니 상위권 변별도 중요해집니다.
(원래 탐구과목의 난이도가 해마다 올라가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화학의 과목구조 때문에 그게 타 과목보다 심해질 수 있다는 것.)
이때문에 4. 표본이 갈수록 높아진다.
라는 결론에 도다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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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화학은 미시세계의 학문이라 기본적으로 어렵다.
선택과목 2과목이 되면서 학생들의 학습저하를 우려해 화2 내용이 대거 화1으로 내려왔다.
그러면서 현행 교육과정상 다변인의 수식적인 관계, 추상적 개념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교육과정 여파로 화1 내용이 대거 이탈하면서 안타깝게도 현재 화학1의 내용에서는 실생활과 접목할 요소도 거의 없으며, 현실적으로 실험 수업도 어렵다. 그래서 학생들이 교과 내용에 흥미를 갖기 어려우며, 학교에서도 교사의 수업은 방어적으로 진행되게 되었다.
이를 포함한 복합적인 결과로 수능으로 중하위권의 유입이 상대적으로 적다.
즉 유입부터 상위권이 많을 수 밖에 없는 구조이며, 상대평가를 할때에는 변별이 중요해진다.
따라서 수능에서는 다변인 조작, 종합적인 자료해석을 점점 더 복잡하게 요구할 수 밖에 없다.
굳이 버티면서까지 화학1을 선택할 이유는 없다. → 중도 이탈 증가
거기서 버티는 사람들만 남아 지금의 화학1(=고인물 파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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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정리 : 화학은 과목 자체가 원래 어려움. 표본이 높을 수 밖에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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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과정 내용 소개글도 꾸준히 써주시면 재밌을 것 같네요
앗 넵 앞으로 많이 준비해보겠습니다
그쵸 ㅎㅎ
화학 좋아해서 글 매번 잘 읽고 있습니다.
글 내용이 좋던데 혹시 화학교육과 다니시는건가요?
맞아요~ 화학교육 전공했습니다.